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같은 상황을 겪어도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내가 잘못했을 수도 있고 상대가 잘못했을 수도 있다. 때로는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갈등보다 그 갈등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있다.
주변을 보면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자신이 늘 피해자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은 손해를 봤고, 상처받았으며, 억울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과 해석을 사건의 객관적인 진실처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문제는 복잡해진다. ‘피해의식’은 때로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막이 되기도 한다. 내가 잘못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보다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은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이 아무런 확인 없이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누군가의 한마디만 듣고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판단하거나 편을 드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상황을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그것이 반드시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사건의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 사이의 갈등에는 말하지 않은 사정과 서로 다른 기억, 당시의 감정과 오해가 함께 존재한다. 그런데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주변 사람들이 쉽게 판단하기 시작하면 작은 갈등이 더 큰 갈등으로 번진다.
당사자들은 시간이 지나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풀 수 있었던 관계도 주변의 성급한 말과 행동 때문에 오해가 깊어지고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일에는 공감과 판단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누군가 힘들었다고 말하면 “많이 힘들었겠구나”라고 위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그러니 상대방이 틀림없이 잘못했다”는 결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감정을 이해하는 것과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어른다운 태도는 누가 옳고 그른지를 서둘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상대방의 입장도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고, 당사자들이 스스로 풀어갈 수 있는 관계라면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 것도 배려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격이 급한 오해’보다 ‘성격이 느린 이해’다. 오해는 빠르다. 한쪽의 말만 듣고도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는 느리다. 상대의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시간을 두고 상황을 바라봐야 하며, 내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겸손이 필요하다. 그러나 느린 이해가 결국 관계를 살린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반대로 상처받기도 한다. 어느 순간에는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순간에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누구도 언제나 옳을 수 없고, 누구도 언제나 틀릴 수 없다.
그러니 누군가의 억울함을 들었다면 먼저 위로하되 쉽게 판결하지 말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공감하되 그것을 전부라고 단정하지 말자. 그리고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겼다면 갈등을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자.
어른은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결국 사람 사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빠른 편들기가 아니다. 조금 늦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살피고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때로는 침묵하고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관계를 망치는 것은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둘러싼 성급한 말과 판단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을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한쪽의 이야기를 듣고도 다른 한쪽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관계를 지키는 진짜 어른이 아닐까.
빠른 오해보다 느린 이해. 어쩌면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고, 관계를 관계답게 지키는 가장 어른다운 태도일 것이다.
출처 : 아이(i)파주민보(http://www.pajuminbo.com)